다른 글에서 좋은 매니저란 승진 잘 시켜주는 매니저라 했다. 그런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당연히 당신도 필요한 준비를 해야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그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내 경험에 비추어 썰을 풀어 보려 한다.
승진 의사를 밝혀라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일지도 모르지만 당신이 승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니저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 단적인 예로 당신이 먼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고 혹은 연차가 쌓였다고 해서 알아서 승진이 되지 않는다. 절대로. 편차가 있지만 어느 정도 레벨에 이르면 더 이상 승진하지 않고 그 레벨에서 머무르다가 은퇴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터미널 레벨에서 은퇴를 한다.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대개 레벨이 오르면 해야 하는 일의 강도가 오르거나 일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설령 보수가 오른다 하더라도 일부러 마다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니저도 이 사람이 승진을 목표로 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기대하는 바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 서로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해두면 서로에게 좋다.
그럼 승진의사를 언제 밝혀야 하느냐?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스스로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말하는 것은 너무 늦다. 스스로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전에 부족한 상태에서 매니저와 함께 미리 계획하고 함께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니저가 이런 승진 의사를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심지어 일하기 시작하자마자) 좋은 매니저라는 신호다.
부족한 영역을 파악하고 이미 승진한 것처럼 행동해라
정상적인 회사라면 각 직군 및 레벨에 따른 기대하는 바들이 문서로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먼저 살펴보고 목표로 하는 레벨에서 요구하는 바에서 본인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어떻게 채워 나갈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그 계획과 과정을 하나의 문서에 정리하는 것이다. 먼저 목표 레벨의 기대영역들을 각 섹션으로 만들고. 각 섹션마다 목표 도달 계획을 적고 앞으로 성과가 생길 때마다 해당 섹션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한다. 이렇게 하면 승진심사에 다다러서 준비하느라 성과를 빠트릴 위험도 없고 매니저도 승진패키지를 만드는데 좋은 참고 자료가 되며, 무엇보다 스스로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살피기에 좋은 대시보드가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회사마다 다를 순 있지만, 승진이라는 것이 예를 들어 지금 L4를 너무 잘하니까 L5를 시켜준다가 아니라. L4인데 이미 L5의 경험과 영향력이 있으니 그에 맞도록 승진시켜 준다에 더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L4의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하고 잘해봐야 L4 단계의 최고 연봉을 받거나 성과 보너스를 받을 수는 있어도 L5로 올라가진 못한다. L4일 때 내가 L5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고민하고 마치 그 레벨에 준하는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윗 레벨 사람들 눈에 띄어라
성과와 더불에 승진심사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들이 바로 주변 사람으로부터의 피어리뷰(peer review)이다. 주로 가깝게 일한 사람들에게서 당신이 어떤 일을 어떻게 잘해왔는지 피어리뷰가 승진 패키지에 포함이 된다. 이때 큰 점수를 받는 방법은 나보다 레벨이 높은 사람들로부터의 좋은 평가이다. 그런데 보통 일과에서는 주로 같은 팀 그리고 비슷한 레벨의 사람들과 일을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노력이 없으면 높은 레벨의 사람들과 아예 커넥션이 없고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이 커넥션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시성 확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광고할 필요가 있다. 회사마다 팀 내 및 팀 간 커뮤니케이션에 사용하는 툴들이 다를 수 있는데. 내부 게시판이나 그룹챗이 있는 경우 이를 활용하면 좋고, 정 없으면 단체 이메일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작은 스텝마다 광고를 해서 스팸을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 로드맵을 세웠거나 마일스톤에 이르렀을 때마다 그간의 내용을 보기 좋게 요약해서 (구체적인 것은 해당 문서로 링크) 알리면 높은 레벨의 사람들이 당신이 하는 일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게 아니고서야 그들이 당신이 뭘 하는지 알지 못한다.
피드백 요청: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높은 레벨의 사람들은 보통 직접 일을 하지 않고 팀 전체의 방향을 제시하고 잘 못 돌아가고 있는 게 있으면 지적질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하는 일을 들고 찾아가 피드백 요청을 하면 좋아라 할 것이다. 그들의 성과가 되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사소한 질문을 들고 가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앞서 가시성 확보에서 팀에게 광고할만한 일을 준비할 때 그 내용을 보내기 전에 고레벨의 사람 중 해당일에 관심이 가질만한 사람에게 일대일 요청을 해서 피드백을 얻는 것이다.
이렇게 고레벨의 사람들과 커넥션을 만들어두고 이러한 내용을 매니저와 공유하면, 매니저도 승진심사 때 이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패키지에 포함시킬 수도 있고 또 이들이 승진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해줄 수도 있다. 보통 승진 심사 때 각 조직의 한정된 티오를 가지고 각 매니저가 자신의 팀원을 승진시키기 위해서 쟁탈전을 벌인다고 생각하면 좋은데. 이때 고레벨의 사람이 당신의 성과를 잘 파악하고 좋은 말을 얻어주면 아주 좋은 위치에 설 수 있게 된다.
팀을 잘 골라라
당신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고 매니저가 승진을 시켜주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TO가 없는 경우. 높은 레벨일수록 더 큰 영향력을 요구하게 되는데 만약 당신이 속한 팀이 하는 일에 그 레벨의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가 없다면 승진을 못 시켜주게 된다.
이게 만약 일시적이거나 회사가 전체적으로 어려우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고 팀의 성장성이 부족하거나 해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큰 자리가 나지 않을 것 같다면 일찌감치 팀을 옮기거나 이직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치며
앞서 말한 팁들은 개인경험에 기반한 것이며 SWE 포지션에 한정된 이야기 일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이것들을 다 지킨다 하더라도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요소들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인간적인 편애라든지 팀 간 정치 싸움이든지 매니저의 게으름이든지 등등. 정답은 없지만 만약 본인은 최선을 다했고 충분히 준비가 되었는데도 매니저가 계속 구두로만 약속하고 승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말하지만) 팀변경이나 이직이 답일 수도 있다. 물론 그간 쌓아온 것들에 대한 기록이나 성과가 대부분 리셋된다는 큰 단점이 있어 잘 판단해야 하는 문제이다.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타 회사에서 레벨업 오퍼를 받는 것이다.
아직도 어떻게 글을 마쳐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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