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 생활 만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어떤 매니저를 만나는가 이다.
그럼 과연 어떤 매니저가 좋은 매니저일까? 토종 한국인으로서 FAANG에 입사해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내가 과연 지금 좋은 매니저와 일하고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는 겉으로는 거의 대부분 매우 나이스하기 때문에 이 사람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게다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이기 때문에 또 언어적인 장벽이 있으면 더더욱 어렵다.
미국에서 두 군데 이상의 회사에서 4-5명의 매니저를 만나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생각하는 좋은 혹은 나쁜 매니저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 적어 본다.
TL;DR: 승진 잘 시켜주는 매니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승진 잘 시켜주는 매니저라 할 수 있겠다. 커리어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개발자에게 실질적 보상이 바로 승진이기 때문이다 (간혹 몇 가지 이유로 승진을 원하지 않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만약 당신이 때가 되었는데도 승진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지금 뭔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고 분명 레드 플래그이다.
직원 평가
좋은 매니저는 좋은 평가로 화답한다.
보통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씩 매니저와 일대일 미팅을 갖는다 (아니라면 이것도 레드 플래그). 이때 피드백 요청을 할 수 있는데. 매니저에 따라 솔직한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그냥 좋게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니저가 좋은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해서 절대 안심하면 안 된다. 매니저가 당신을 정말 좋게 보고 있는지 아닌지는 첫 직원/업무 평가가 되어서야 알 수 있다.
두 극단의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한국인의 성실함을 앞세워 밤낮없이 일하고 '기대이하'의 평가를 준 매니저가 있었고, 부족하다 싶었는데 '기대이상'의 평가를 준 매니저도 있었다. 두 매니저 모두 그전까지는 항상 내가 잘하고 있다고 혹은 문제가 없다고 말해 줬었는데도 말이다.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매니저와 일대일 미팅에서 빠른 피드백을 요청하고 즉각 즉각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오히려 이렇게 부족한 점을 개선한 것이 평가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설령 이미 첫 평가에서 안 좋은 평가가 나왔다 하면 그걸 이용해서 매니저에게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좋다. 지난번 평가 기간 동안 내 퍼포먼스에 문제가 있다는 피드백을 못 받았었는데 평가가 안 좋게 나와서 조금 놀랐다 다음에는 이런 서프라즈 없이 문제가 있다면 빠르게 개선하고 싶다는 의사를 직접 밝히는 것이다. 원래 피드백이란 서프라이즈가 없어야 하는 게 또 권장되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맨 처음 말 했듯이 매니저가 클리어한 (그리고 액셔너블한) 피드백을 주지도 않고 평가만 계속 안 좋게 나온다면, 어서 빨리 탈출하라.
팀의 비전/성장
아무리 팀워크가 좋고 다 같이 성과를 잘 내도 유난히 잘 못 크는 팀/조직이 있다. 여기서 잘 큰다 함은 대략 팀이 사라지지 않고, 팀원들이 내부 평가가 다 같이 좋으며 승진이 잘 되고, 인턴쉽 및 뉴하이어를 계속 뽑는 팀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팀은 그 팀의 방향이 그 윗 리더십들과 맞는지 살펴야 한다. 만약 잘 맞지 않는다면 그 배를 지휘하는 매니저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선원들이 있어도 배가 산으로 갈 수가 있기 때문에.
좋은 매니저는 팀의 비전을 잘 설정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쳐내 주고, 도움이 되는 팀과 협력 과제도 잘 가져오고, 일 하는데 방해물을 잘 제거해 준다. 이런 것을 못하면 팀이 성장하지 못하고 그건 곧 개인의 성장도 저해하게 된다.
마이크로 매니징
이건 호불호가 갈리는 사항이긴 하지만, 알아서 제 일 잘하고 자유를 중요시하는 이곳 사람들의 특성상 보통 마이크로 매니징을 싫어한다. 매니저는 팀의 큰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일은 각 프로젝트를 맡은 사람이 오너쉽을 가지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매니저가 있다면 레드 플래그.
네가 뭘 하는지 모르고 있다
마이크로 매니징과 반대로, 네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매니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당신의 성과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고 쓸데없이 많은 일을 도맡아 하게 될 수가 있다.
나 또한 이런 경험이 있었다. 기존 매니저가 떠나면서 새로운 매니저가 왔는데, 이 사람은 전에 하드웨어팀을 이끌 었었다. 나는 팀 내에서 다른 한 사람과 함께 유일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고 하나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거의 일당백으로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대일 미팅에서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면 그냥 전적으로 나의 말을 믿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설명을 해줘도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나에게 모두 위임하였다. 이게 일이 잘 풀릴 때면 괜찮은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해결하기가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그 일이 왜 생겼는지 또 해결하기 위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이해시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나에게 넘기고 본다. 이건 어쩌면 팀 내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수가 부족해서 그런 탓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충분히 다른 팀 멤버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그걸 판단을 하지 못하니, 일단 나에게 던져놓고 내가 판단해서 다른 사람에게 토스해야 하는 일이 계속 발생했었다.
사족: 놀랍게도 이게 내 첫 블로그 글이다. 글쓰는게 이렇게 어렵다니. 일단 시작은 했는데 내용이 충분한지도 괜찮은지도 도저히 모르겠다만. 쓴게 아까워서 일단 올려본다. 혹시 나중에 같은 주제로 더 쓸말이 생각나면 수정하거나 새로 글을 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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